고대나 중세에는 홉으로 맥주의 향을 내지 않았다. 켈트족의 맥주는 보리, 그리고 말과 호밀의 혼합, 때로는 귀리를 주재료로 다양한 허브를 첨가했지만 홉은 넣지 않았다.
영국의 ‘에일’ 맥주가 비슷한 형태일 것이다. 여기에 첨가된 혼합 허브를 그루이트, 마테리아, 피그멘툼이라고 불렀다. 그런 허브가 수십 종에 달했다. 술 빚는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비법으로 맥주에 독특한 풍미를 더했고 절대로 아무에게나 발설하지 않았다.
그루이트에는 육두구, 계피, 아니스, 박하, 생강, 당귀, 향쑥, 오레가노, 노간주나무 열매, 캐러웨이, 가문비나무잎, 단풍나무 수액이 들어갔다. 그 외에도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식물과 양귀비, 사리풀, 습지 머틀, 서양 톱풀 등 약용 식물이나 독성 있는 식물까지 쓰였다. 그루이트는 취기를 더하고 향정신성 효과를 일으켰다. 이런 혼합 허브는 강장 효과는 물론 최음 효과도 있다고 아려졌다.
맥주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마시는 술이다. 유럽인들은 공산품 맥주를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오스트레일이아에 퍼트렸고 그 대륙들에서 공산품 맥주는 자국의 전통 맥주를 밀어냈다.
전통맥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지역은 사하라 이북, 이집트 동부, 아라비아 반도, 그리고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들 뿐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전통 맥주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나 폴리네시아, 뉴질랜드, 태즈메니아에 수액과 덩이줄기채소로 만든 발효 음료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오스트레일리아 애버리지에게도 그같은 음료가 없었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패트릭 맥거번은 세계적으로 널리 마시는 음료일수록 그 기원이 오래됐을 것이라고 본다. 맥주는 아마도 인류와 그 기원을 같이하는 술일것이다.